천원지방(千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어디를 가더라도 방위부터 챙기는 습관이 나에게 생겨났다. 그래서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인흥마을에만 오면 왠지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천내천을 따라 올라가면 흡사 둔산동 옻골의 초입과 흡사하게 북으로 향하는 느낌이 나고, 막상 도착하면 저 멀리 필봉이 내 고향(경북 청도 화양) 남산(대구의 앞산과 비슷한 형태 임)처럼 맞아 주어 남쪽임을 확신하는데, 마을로 들어서면 천수봉의 형태가 영락없이 북쪽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곧잘 인흥마을을 찾는 답사객들에게 “동서남북 방위를 한번 알아 맞춰보세요?” 라는 질문으로 해설을 시작한다. 해가 떠있는 날이면 반 정도 맞히고, 날이 흐리거나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 어둑해 지면 거의 천내천 건너 함박산을 정남으로 지목한다. 한 눈에도 뒤쪽 주산이 천수봉이 북쪽 같으며 건너편은 남쪽, 그리고 우측 필봉은 동으로 반대편이 서쪽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침반을 놓고 방향을 측정해 보면 정남으로 생각되는 함박산은 남서방향에서 보다 서쪽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하면 “아니, 우리 한옥은 모두 정남을 향하고 있다고 하던데요?”라고 항의 조 섞인 질문을 한다. 결코 무리한 질문은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수많은 한옥, 풍수 관련 책자에도 그렇게 나와 있으니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으랴?
그렇지만 답사를 다녀보면서 가옥들의 방위를 챙겨보니 남향보다는 남동향, 남서향 방향이 보다 더 많이 있었으며, 심지어 팔공산 북편 자락의 한밤마을은 마을 전체가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살던 고향집도 곰곰이 생각 해 보니 동향인데, 외양간과 화장실, 창고로 쓰이는 아래채는 정남을 향하고 있었다. 그 동네 친구들 집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의 니은자 형태로 동쪽과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인흥 마을을 찾는 답사객들에게도 고향집 방향을 기억하시냐고 물으면 예외 없이 동쪽이나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답을 해 주었다.
그러면 방향에 따른 생활은 조금 틀리지 않을까? 수년전 한 무더운 여름에 군위 부계면 한밤마을 종가를 찾은 적이 있었다. 대청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조금 더울까 싶으면 남쪽 팔공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어느새 나의 칙칙한 땀을 가지고 북쪽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가? 바람이 어디 방향을 알고 불겠는가? 자연의 이치대로 부는 것이지. 연이어 햇볕은 잘 드는지 여쭤 보았다. 그러자 답 대신 밖을 한번 보라 하시는데……. 아! 정말이지 둥근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볕은 차별 없이 고르게 퍼지는 게 아니가? 천원지방(千圓地方)!!!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자연의 방위, 자연스러운 방위를 잊어버리고 왜 남향을 고집하는 것일까? 천원지방(千圓地方) 둥근 하늘을 콘크리트 속 네모난 하늘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우리들 마음과 기억 그 언저리 안의 남향을 잊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어디를 가더라도 방위부터 챙기는 습관이 나에게 생겨났다. 그래서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인흥마을에만 오면 왠지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천내천을 따라 올라가면 흡사 둔산동 옻골의 초입과 흡사하게 북으로 향하는 느낌이 나고, 막상 도착하면 저 멀리 필봉이 내 고향(경북 청도 화양) 남산(대구의 앞산과 비슷한 형태 임)처럼 맞아 주어 남쪽임을 확신하는데, 마을로 들어서면 천수봉의 형태가 영락없이 북쪽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곧잘 인흥마을을 찾는 답사객들에게 “동서남북 방위를 한번 알아 맞춰보세요?” 라는 질문으로 해설을 시작한다. 해가 떠있는 날이면 반 정도 맞히고, 날이 흐리거나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 어둑해 지면 거의 천내천 건너 함박산을 정남으로 지목한다. 한 눈에도 뒤쪽 주산이 천수봉이 북쪽 같으며 건너편은 남쪽, 그리고 우측 필봉은 동으로 반대편이 서쪽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침반을 놓고 방향을 측정해 보면 정남으로 생각되는 함박산은 남서방향에서 보다 서쪽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하면 “아니, 우리 한옥은 모두 정남을 향하고 있다고 하던데요?”라고 항의 조 섞인 질문을 한다. 결코 무리한 질문은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수많은 한옥, 풍수 관련 책자에도 그렇게 나와 있으니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으랴?
그렇지만 답사를 다녀보면서 가옥들의 방위를 챙겨보니 남향보다는 남동향, 남서향 방향이 보다 더 많이 있었으며, 심지어 팔공산 북편 자락의 한밤마을은 마을 전체가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살던 고향집도 곰곰이 생각 해 보니 동향인데, 외양간과 화장실, 창고로 쓰이는 아래채는 정남을 향하고 있었다. 그 동네 친구들 집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의 니은자 형태로 동쪽과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인흥 마을을 찾는 답사객들에게도 고향집 방향을 기억하시냐고 물으면 예외 없이 동쪽이나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답을 해 주었다.
그러면 방향에 따른 생활은 조금 틀리지 않을까? 수년전 한 무더운 여름에 군위 부계면 한밤마을 종가를 찾은 적이 있었다. 대청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조금 더울까 싶으면 남쪽 팔공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어느새 나의 칙칙한 땀을 가지고 북쪽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가? 바람이 어디 방향을 알고 불겠는가? 자연의 이치대로 부는 것이지. 연이어 햇볕은 잘 드는지 여쭤 보았다. 그러자 답 대신 밖을 한번 보라 하시는데……. 아! 정말이지 둥근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볕은 차별 없이 고르게 퍼지는 게 아니가? 천원지방(千圓地方)!!!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자연의 방위, 자연스러운 방위를 잊어버리고 왜 남향을 고집하는 것일까? 천원지방(千圓地方) 둥근 하늘을 콘크리트 속 네모난 하늘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아마도 우리들 마음과 기억 그 언저리 안의 남향을 잊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http://blog.daum.net/ilmut/1344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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