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과 읍성(1)
성막과 읍성
대구시내 계산오거리에서 서문시장 쪽을 가다보면 나지막한 산을 볼 수 있다. 동산(東山)아라 부르는데, 동산의료원 남쪽 주자장 출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이국적 모습을 가진 사택 3동을 볼 수 있다. 1900년 초기 대구에서 선교활동을 벌였던 선교사들이 사용한 집으로서 1999년 10월 1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개원 100주년을 맞이하여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개관 하였다.
시내에서 보면 분명 서쪽에 있는 산인데 어째서 동산이라고 부르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경상감영이 중구 포정동에 자리 잡기 전 대구읍지를 보면 대구의 중심은 달성토성(달성공원)이며, 그쪽에서 바라보는 동산의 위치는 동쪽에 이으니 동산이 맞는 것이다.
제일 먼저 선교박물관을 둘러보자. 1층 내부에는 한국기독교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 볼 수 있도록 자료들을 전시 해 두었으며, 동산의료원의 모태가 된 제중원사진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구조물이 2층에 전시되어 있는데, 바로 성막 모형이다. 2002년 이곳을 처음 찾은 필자도 성막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었다. 구약성경 속의 야기로만 알고 있다 그 실제 모습을 보니 실로 감격적이었다.
성막은 어떤 곳일까? 성막 (聖幕, tabernacle)은 오늘날 교회의 원형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의 광야생활에서부터 솔로몬의 성전시대까지 백성들의 제사를 위한 장소로 운반이 가능했던 성소를 말한다. 목재 구조로 길이 14m, 너비 4.5m이었으며, 두꺼운 휘장으로 성소와 지성소를 구별했으며, 내부는 광목천으로 둘러져 있었고 외부는 두 겹의 가죽 휘장으로 덮여 있었다. 성소 내부에는 진설병의 떡상, 금촛대, 분향단이 있고, 지성소에는 오직 언약궤만 있었다. 언약궤는 나무로 만들어지고 금박을 입힌 상자 모양의 것으로 증거판, 만나 항아리, 아론의 싹난 지팡이가 들어 있다(출애굽기 25:16). 또한 하느님이 자기 백성과 함께 거한다는 상징으로, 길이 45m, 너비 22.5m인 뜰 가운데 세워졌고, 뜰 사면은 광목 휘장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 휘장은 청동으로 만든 기둥 60개로 지탱되었고, 뜰 안에 번제를 위한 큰 제단이 있었고 제사장들이 제사를 위하여 자기 몸과 제물을 씻는 청동 물두멍이 있었다(출애굽기 30:17~21). 이스라엘 민족은 이곳 성막에서 자신의 죄를 대신하여 신분과 생활정도에 흠 없는 수송아지, 숫염소, 암염소 또는 암양,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새끼 등을 제물로 바쳐 자신의 죄 사함을 받았다고 전한다. 사막의 이동기간에도 행해졌으니, 이 제사를 통해 이스라엘 민족이가지고 있는 삶의 경건함과 절대자에 대한 신앙심에 절로 숙연해 질뿐이다.
그리고 성막은 신약시대에 다시 극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채로 그리스도께서 어둠의 세 시간을 이겨내신 후에,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27:46)라고 외치신 후에, “내가 목마르다”(요19:28)라고 말씀하시면서, 마실 것을 요구하셨다. 예수님은 분명하고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마실 것을 필요로 하셨고, 이리하여 사력을 다 한 후에, “다 이루었다!”라고 소리치셨다. 속죄 사역이 완료되었고, 희생제사가 드려졌고, 그리하여 예수님은 죽음이라는 최종적인 행위에 자신을 내어놓으셨다. 이때가 새 언약이 이루어 진 순간이이며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성전 안에서,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졌다.”(마27:51) 정확하게 그리스도의 죽음과 동시에 일어난 이 사건은 우리에게 그리스도가 마지막 희생 제물이었고 새 언약이 세워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성막의 휘장은 ‘지성소’를 성소와 갈라놓은 것이다. 이 뒤에 법궤가 있었고, 이곳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대제사장이 백성을 위해 속죄제를 드렸다. 이 휘장은 비록 하나님이 가까이 계셨지만, 당신과 당신의 백성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는 것을 표시했다. 백성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죽으시면서 위대한 희생 제사가 드려졌을 때에, 이 휘장은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서 새 언약으로 매워졌다고 신약성경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연속되는 장면들 속에서 ‘한 인간의 죄’에 다시금 생각이 잠긴다. 삶을 대하는 경건함에 숙연 해 질 뿐이다. ‘나는 죄 없고 완전한 인간이다’라고 누가 담대히 외칠 수 있을는까?
아름다운 정원, 동산에서 다시금 삶을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