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롬복의 이모조모

[스크랩] 또, 안부 전합니다...

롬복시인 2013. 1. 14. 15:06

한국은 연일 춥다죠...

여기서 저는, 더는 춥지 않습니다.

그간 생활상을 정리해서....

작은 책으로 엮어 보려 합니다.

'롬복 이야기(Lombok story)'란 제목도 붙여 두었습니다.

3월에는 출간 될 수 있도록 마음 다짐하고 있습니다.

책이 제댜로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인도네시아 롬복에서

김주명 拜上

 

 

 

루마(Rumah)

 

 

어제, 오늘 이사를 하느라고 정신이 오락가락 했답니다.

아홍님에게 메일 보내는 것도 몇 칠 건너뛰었으니,

이 정도야 가분히 이해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4월 5일 입국했으니, 꼬박 넉 달이 지났네요.

그동안 여기 저기 빈집을 다니다 보니, 포장의 달인(?)이 되었다 할까요?

이 곳, 그린밸리는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라, 집이 곧잘 한, 두 달 씩 비거든요.

그럼, 집 돌본다는 구실로 무임승차 몇 번 했답니다.

이제 떠돌이 생활 청산하고, 2년 임대계약으로 이사합니다.

자그마한 2층 집…….

방 세 개, 욕실 2개, 거실 3개, 부엌 하나, 부루가(원두막)1개!

무슨 거실이 세 개나 되냐고요?

차근차근히 설명해 드릴 테니, 조금은 기다리셔요.

 

그간 이집, 저 집 떠돌아다니다 보니, 집을 보는 안목이 늘었다 할까요? 현지인이 사는 집, 유럽 사람들이 사는 집, 동양 사람이 사는 집,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냥 생각에 집이면 같은 집이지 했다가, 구조며 쓰임새며 집집마다, 아니 주인마다 다르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은 사람마다 다르니, 처음 접하는 저가 어찌 감당하겠어요?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니, 빨리 적응 해야겠죠.

 

우선, 제일 다른 게 거실입니다. 저희 집도 거실이 세 개라 했죠. 여기는 방문자(손님)를 위한 거실(게스트 룸)과 가족을 위한 거실(리빙룸)로 나닙니다. 한국 같으면 누구를 만나려면,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한다던지, 커피, 생맥주집, 메뉴 따라 골라서 만나는데, 여기는 다르더라고요. 주로 상대방 집으로 찾아가서 만나는 게 문화라 하더라고요. 물론 젊은 친구들이나, 도시에서는 커피숍, 야외 공간 등을 활용하는데, 대게는 아직도 집을 방문한답니다. 우리네 시골 정서도 이와 다르지 않지만 지금은 도시화되고 아파트 문화가 지배적이니, 누구네 집에 찾아 간다는 게 참 성가신데, 여긴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집집마다 거실은 기본 두 개는 갖추고 있죠. 처음엔 다소 생소했지만, 곧 적응이 되더이다.

 

그렇다보니,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은 조금은 별시리 꾸며 놓습니다. 소파며 장식장도 더러 특별하고, 가족사진, 아랍어로 된 기도문 등 주인의 성향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 놓았죠. 이 말은 곧 뒤집어 보면, 외부인에게는 안쪽 공간은 쉬 허락하지 않는 게 되겠죠. 어찌 보면 우리 한옥의 사랑채가 여기에서는 집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라 할까요? 제가 이사 가는 집도 1층에 게스트 룸, 2층에 리빙룸 2개, 이렇답니다.

 

그리고 또 놀라는 건, 천정이 무척 높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높은지, 한국 아파트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아요. 전등 갈아 끼울려면, 정말 특별한 기술과 담력이 요구되니, 상상이 되나요? 물론 더운 지방이라서 그렇겠죠. 그렇다보니 아직 아파트라는 거주문화가 여기는 아직 없습니다. 대부분 단독 주택이죠. 물론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에는 고급 아파트가 한참 유행을 타고 있지요.

 

그리고 또, 난방시설이 필요 없죠. 우리네 정서는 엄연히, 방은 방, 마루는 마루인데, 여긴 방이나 거실이나, 맘에 드는 곳에다 매트리스 한 장 깔고 누워서 자면 그만이랍니다. 제 경우에 그렇다는 이야기죠. 여기도 현대식 가옥구조에, 침대며 집안 세간들이 모던 스타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 한국의 도시적인 삶과 별반 다를 게 없답니다. 그래도 저는 매트리스 한 장이면 족합니다.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가는 손님들에게도 매트리스 한 장 주면서, 맘에 드는 곳에서 푹 주무시라 합니다.

 

외국, 특히 휴양지로 알려진 이곳에 살면서, 한국의 친구들이 물어 옵니다.

‘집은 어떠냐?’

‘마당에 잔디는 깔렸나?’

‘수영장은 몇 미터냐?’

‘사우나 시설은 있냐?’

 

없습니다.

잔디밭도, 수영장도, 사우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밤하늘엔 빈땅(별)이 가득하고

매트리스도 다섯 장이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살 수도 있습니다. 이참에

님도 롬복으로 오세요!

 

 

 

   

詩: 서연숙

 

우리 집 앞에 누가

저 큰 망가나무 심어 열매 맺고

야자수, 담쟁이 그늘 만들었으며

바나나 큰 잎새로 바람 넘겨줄까

고추나무 몇 그루 키우는 한가한 날

이름도 모르는 붉은 꽃에 익숙한 듯

나비 날아오고

옆집 닭, 담 너머 훌쩍 오른다

하얀 고양이는 나무아래 잠들어 있고

검은 질밥(jilbab)*의 인도네시아 아이들이 지나 간 골목

바람 따라 열린 대문이 구걸을 한다

지붕은 하나, 국적 다른 주인은

지붕 비집고 꿈을 꾼다

 

 

PS,

作詩, 서연숙님은 비행기타고 5,000m를 더 날아와서 詩로 맺어진 인연입니다.

*질밥(jilbab):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천

출처 : 대구문화관광해설사회
글쓴이 : 오래된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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