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인도네시아/시집 인도네시아 3부
이방異邦
롬복시인
2014. 12. 14. 17:18
이방異邦
시인의 테라스*로 해가 길어진다
어디 피할 곳이 없나?
언제 떨어질지
주렁 야자를 달고 있는 나무도 휘청
나만 이름 모르는 나무들
옆에서 아래로 줄지어 다닐 뿐
너도 날 모를 테니
이번엔 서로 눈 감아 주자
시인의 테라스로 해가 길어지면
먼저 알아채는 북극성
먼발치 마호니* 나무 한 뼘 위로 자리 잡는다
자! 지금부터는 별들의 고향
오늘 하루쯤은 나 몽상가가 되겠다
일방통행의 길도
별 따라 오르며
별들의 언어로 속내를 뱉은들
딱히 알아보는 이 없으니
변장술 익히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
아스팔트 위에
또
아스팔트가 씌워지고
*시인의 테라스 : 커피 전문점
*마호니나무 : 마호가니mahog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