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인도네시아/시집 인도네시아 3부
건기乾期
롬복시인
2014. 12. 14. 17:19
건기乾期
적도에 마당 한 켠
짧은 허리 닿도록
잔디밭에 앉아 풀을 뽑는다
태양은 이미 북회귀선을 타고 있다는데
이곳, 적도의 풀들은 죄다 욕심쟁이
널린 게 볕이고 바람인데
서로 차지하겠다며
잎으로 줄기로 엉키고 엉겨
이젠 잔디까지 덤으로 뽑혀 올라오니
풀만 골라 뽑는 데도 돌아보면
풀밭
여기가 풀밭인 줄 진즉 알았다면
잔디를 우선 뽑았을 텐데
내 발목까지 얽혀 있어
……
이젠 북회귀선에서 돌아올 태양을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