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인도네시아/시집 "인도네시아"

[스크랩] 김주명 시집 `인도네시아`, 박정자시인과의 대담,..데일리 인도네시아 특집 기사에서...

롬복시인 2015. 3. 3. 14:41

저번주, 데일리 인도네시아에서 박정자시인과의 대담을 가졌습니다.

기사화 된 부분들을 옮겨 왔습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시경을 연재하고 있는 박정자 시인이 최근 시집 『인도네시아』를 펴낸 김주명 시인을 지난 28일 자카르타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열린 시집 '인도네시아' 출판기념회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시경을 연재하고 있는 박정자 시인이 최근 시집 『인도네시아』를 펴낸 김주명 시인을 지난 28일 자카르타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만났다. 왼쪽이 김주명 시인, 오른쪽이 박정자 시인. 


반갑습니다. 지금 자카르타에 와 계신다는 소식 듣고 갑자기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구요... 먼저, 시집 『인도네시아』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시집을 여니 첫 번째 시 <커피 볶기 참 좋은 날>이 독자를 맞이하더군요. ‘해풍이 들어오도록 옷장 문 활짝 연다’... 독자인 저는 해풍이 되어 시인의 옷장으로 들어갔다가 며칠 동안 그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갓 볶은 커피향 같은 김 시인과 마주앉아 시인의 옷장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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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먼저, 김 시인 자신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주명: 네, 안녕하세요. 데일리인도네시아 가족여러분! 저는 롬복에 살고 있는 김주명입니다. 2012년 롬복으로 왔으니, 올해가 4년째 접어드네요. 지금은 꼬빵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지내면서, “롬복한국문화원”을 열고 해외문화교류사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주로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을 위한 해외레지던스 ‘프로그램’과 인도네시아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인도네시아 예술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예술단체들의 해외 교류 사업에도 한 파트너가 되기도 하죠. ‘


박정자: 2010년 평사리문학대상을 수상하셨죠. 상당히 권위 있는 상인데... 그때 시 <환승입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요.


김주명: 네, 맞습니다. 처음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역사와 문화와 관련된 산문을 주로 다루었죠. 객원기자 또는 프리랜서 작가라고도 하는데, 잡지사 등에 연재를 하며 취재도 직접 했습니다. 물론 제 본업은 영어과외교습소 운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시에 대한 묘한 매력을 느꼈는가 봅니다. 때맞춰 대구시창작원(지도시인 박윤배)이 문을 열었고 제가 1기로 수료하였습니다. 지금 제가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형상시문학동인의 모태가 되겠죠. 주로 시 창작원과 저의 문학동인 위주로 활동을 하는 중에, 2012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예전 제가 통역자원봉사를 맡았을 때 맺은 ‘롬복’이라는 인연이, 저를 롬복으로 오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때맞춰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가 발족을 하였고, 저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정자: 세상에는 시 말고도 할 일이 참 많은데 다른 일 아닌 시인이 되신 이유나 동기가 있으신지요.


김주명: 특별한 이유나 동기는 없습니다. 단지, ‘반대의 선택’이 저를 시인으로 이끌었나 봅니다. 이 표현은 제 지인들의 말이죠. 저는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물론 국문학과가 꿈이었지만, 잠시 미뤄두었죠. 졸업 후 곧장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채 5년을 못 채우고 그만둔 뒤 이직을 몇 번 했었죠. 그러면서 제 삶에 남아있는 게 영어와 글쓰기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글쓰기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마치 은행을 그만두고 영어를 택한 것처럼, 또 영어를 그만두고 글쓰기를 택했으니, 제가 말한 ‘반대의 선택’이란 뜻이 이해가 될까요?  


박정자: 저는 시를 쓰면서, 시가 우리들 삶에 어떤 역할을 하기는 하는 건지... 이를테면 위안이라든가 용기 같은 힘 말이지요... 그런 회의를 느낄 때가 있는데, 김 시인은 어떠세요.


김주명: 맞습니다. 어떤 무력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모처럼 만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살이나 여러 계층 간의 갈등 문제가 사건화되는데, 정말 한 편의 시라도 진정으로 읽었다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 저는 그 순간, 아 맞다! 글을 쓰는 시인에게는 그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게 아니라, 그 변화와 개혁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이 한줄 시로 인해서 치유되고 안도하게 된다면 이보다 값진 일이 또 있을까요? 그리고서 돌아와 생각했었죠. 어쩌면 아주 이기적인 창작이 어떤 이타적 행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새겼습니다. 





 ▲ 김주명 시집 '인도네시아' 출판기념회가 지난 28일 자카르타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재인도네시아 문인협회 주최로 열렸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주명 시인. 


박정자: 시집 『인도네시아』를 읽으며 김 시인의 풍부한 어휘와 섬세한 감성에 놀랐습니다. 시인들이 부러워하는 시인, 그런 부자 시인이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주명: 과한 칭찬입니다. 다만, 제 주위에 있는 생활언어들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환승입니다’ 이겠죠. 롬복에 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쓰이는 생활의 말들이 가장 큰 시 창작 교재라 생각합니다. ‘마따하리’, ‘샤벳’, ‘빈땅’, ‘하띠’ 등 인도네시아어도 외국어나 외래어의 범주를 넘어서 사람이기에 가지는 공감의 감성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것이 시가 되기도 하고, 수필이 되고 소설이 되겠죠. 단지, 저의 부족한 인도네시아어 실력이 아쉬울 뿐입니다. 


박정자: 시집 제목이 『인도네시아』인 것도 특이하고... 전체 4부, 61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던데, 어떤 시가 담겨있는지 얘기해주세요.


김주명: 네, 제목이 다소 의외였죠. 사실 저는 ‘겨울적도’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편집을 담당하는 분이 자기는 ‘인도네시아’라는 시가 맘에 든다고 하더군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그런 시가 있냐고? 사실 제가 써 놓고도 제가 잊어버렸죠. 다시 시를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정작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제가, 시 제목도 그렇게 해놓고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그래서 제목을 ‘인도네시아로’ 결정했습니다. 저도 만족합니다.


4부를 제외하고는 제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그리고 롬복에 살면서 쓴 시들이죠. 정말 시를 쓰면서도, 인도네시아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그리고 더 많이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 장엄과 놀람의 순간들을 시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제 역량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저의 창작 방향이기도 하겠습니다. 

4부의 시편들은 저의 습작기의 시들입니다. 소재와 시의 전개 방식이 많이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을 더 정감 있게 봐 주시는 독자들도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박정자: 롬복에서의 생활은 어떠신가요. 시집 3부의 시편들과 연관해서... 인상적이었던 얘기 하나 들려주세요


김주명: 저는 꼬빵이라는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 와서 결혼도 새로 했습니다. 30여 가구가 한 마을을 이루면서 살아가는데, 우리네 대가족처럼 거의 친인척, 혈연관계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몇 명을 시로 소개했는데, 사실 모두 저의 처갓집 5촌 내외입니다. 함께 살면서 힘든 일도 함께 하고, 더러 싸우면서도 또 함께 지내죠. 쌀농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서와 거의 흡사합니다. 첨엔 많이 놀랐죠.


작년 1월에 한국에서 몇 분의 시인이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저랑 발리와 롬복을 돌아보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가는데, 우기인데다 비포장 길을 조금 나서다가 차가 그만 도랑에 빠져 버렸어요. 아! 이일을 어쩌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이 죄다 나오고, 줄로 묶고 당기고, 차를 빼내려고 힘을 모았습니다. 그때 한국서 오신 분들이 깜짝 놀랐죠. 어디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냐고? 그리고 모두 자기 일처럼 저렇게 나서며 도와준다고? 그러면서 기다리는 분들을 시골집에서 잠시 쉬었었죠. 결국 차는 다음날 뺐지만, 오신 분들은 그때가 가장 인상적인 명장면이라면서 지금도 이야기 합니다. 함께하는 공동체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더러 다투면서도 힘을 합쳐야 할 때는 또 힘을 합쳐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제가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박정자: 시가 다른 문학이나 예술장르보다 어려운 이유는 설명할 수 없는 ‘느껴짐’, 그 때문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는지 우문을 드려봅니다. 


김주명: 저의 시를 보시고 UI 대학에 계시는 신영덕 교수님이 짧은 평을 해 주셨습니다. 잠시 인용해도 될까요?


이번에 발표된 그의 시집 <<인도네시아>>(2015)에서는 이러한 외로움과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눈물을 강요하는 외로움이나 자신과 남을 태워 없애버리는 뜨거움이 아니다. 오히려 시인의 절제된 감정이 돋보인다. 그래서 그의 시는 외로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따뜻하다.

나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 그의 시가 좋다. 물론 이러한 따뜻함은 시인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 뜨거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이 뜨거움은 또 다른 모습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 뜨거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분출될 지 궁금하다.      - 신영덕(문학평론가)


박정자: 시가 너무 어렵다 또는 시가 뭐 이래 하는, 시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시인들은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주명: 이 질문은 제게 너무 큰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 문학동인에서도 늘 문제가 되는 부분이고 문단에서도 늘 화두가 되는 부분을 제가 언급한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다만, 저의 생각과 제 시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로써 표현되는 언어가 어느 일방의 생각을 전달하는 담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법률가가 의뢰인도 이해 못하는 법률용어로써 말하고, 의사가 환자조차 이해 못하는 언어로 말을 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겠지요. 정말 법률로써 도움을 주고, 환자를 치료 할 수 있을까요? 시의 언어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자: 이번 시집 이전에 출간한 산문집이 있죠. 그것도 잠시 소개해주시겠어요.


김주명: 네, ‘Lombok 이야기, 2013’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을 통해서 구매가 가능하고, 작년부터는 자카르타경제신문에 매주 연재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보실 수도 있습니다.


막상 제가 롬복으로 오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롬복은 어디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롬복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들여다 볼만 한 책이 필요하겠다 싶어, 사진작가 권상욱선생님과 함께 발간했습니다. 멋진 풍경사진, 생활상과 편지글 형식의 수필, 그리고 짧은 시로 구성했습니다. 롬복의 하늘 색과 바다는 정말 꼭 같더군요. 독자여러분들도 롬복으로 오세요. 


박정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특히 시를 쓰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주명: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을 합니다. “가급적 대상에 가까이 다가서라!”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과 사물들과 충분히 가까워진 후에 글쓰기를 한다면, 글의 튼튼한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박정자: 마지막으로 시인의 삶과 꿈이 담긴 한마디를 남겨주신다면...  


김주명: 외롭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 시인이 글을 쓰는 삶과 꼬빵의 들녘에 쌀이 자라고 담배를 키우는 롬복의 사람들의 삶과 섞여서 외롭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그들의 사삭어를 몰라도, 그들이 제 시를 이해 못해도 대수롭지 않는 곳이 제가 살고 있는 롬복섬의 꼬빵이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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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감사합니다. 김 시인의 시집 『인도네시아』에 실린 표사(추천사)의 일부분으로 오늘 만남의 끝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저 또한 같은 마음이니까요. 




‘시인의 아픔과 고독은 삶에 대한 치명적인 사랑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그는 아직도 열여덟처럼 사람을, 세상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는 고독하고 아프다. 그는 수파르처럼 아프지 않을 사랑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랑을 치유하는 데 쉽게는 성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캄보자꽃 같은 그의 향기는 그의 상처에서,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시를 통하여 늘 아프고 이별하고 재생하고 부활하기를 바란다.’ - 복효근(시인)

 


[김주명 시인은] 1968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으며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였다. 문화재해설사로 활동하며 우리 문화와 예술에 대해 남다른 시각의 글들을 기고하였다. 대구 詩창작원을 수료, 2010 평사리문학대상(환승입니다)을 수상하였다. 2012년 인도네시아 롬복섬으로 이주하여 ‘롬복 한국문화원’을 열고, 해외 문화교류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한인문인협회회원, 형상시문학 동인이다. 산문집 : 『Lombok이야기』베스트출판사 2013  E- mail : wnaud0129@hanmail.net


[박정자 시인은] 1991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하여 『그는 물가에 있다』 등 6권의 시집을 냈다. 경기문학상과 서울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으로 그의 시는 사물과 현상의 내면을 탐색한다. 이메일 : poemever@gmail.com



제 왼쪽에 계시는 분이 박정자시인이십니다..

맨 오른쪽에는 ...제가 우리 형상시 회원으로 모신, 최장오시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대구詩창작원 <형상시문학회>
글쓴이 : 金主明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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