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시인 2009. 2. 23. 22:35

소리族 / 송재학

 

내 귀의 소리족들은 오래 살림하면서 번식해 왔다

그들은 내 입이고 나는 그들의 비명이다

육신의 빈틈이 또 다른 생의 거푸집이라는 예감은 있다

그 생이 또 다시 무언가의 거푸집인 것도 분명하다

 

줄의 한쪽은 내 귀에 닿아 있고

다른 한쪽은 소리를 힘껏 물고 있다

내 몸통안에 한줄의 현악기가 있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갈대와 바람이 서로 눕히는 소리,

오늘 깨끗이 씻어야 하는 머위잎 위의 하루를 적시는 빗소리,

너무 먼곳까지 온 일몰에 잠기는 생각은

현악기지만

거푸집이 낡았다고 불평하는 건 어린 소리족들이다

꽃잎의 낙하를 읽어라고 내 귀와

꽃의 귀에 동시에 속삭이는 늙은 소리 덕분에 

생의 느린 장며,

생의 정지화면과 함께 할 수 있다

씻어 내려고 게워 내려고 하지만

소리는 이미 내귀를

나팔꽃 닮은 공명통으로 바꾸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