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끌리는 시와 글 모음

[스크랩] 두께/송종규

롬복시인 2010. 11. 1. 10:26

       

 

       두께 

                      송 종 규


두루말이 화장지가 줄줄 풀려 나온다
황새냉이가 하얗게 중얼거린다
낙동강 백사장에 푹 삶은 광목 한 필씩 널어놓고
어머니들 깔깔거리며 아래로 떠내려간다
광목 위로 피라미 떼가 헤엄쳐 올라온다
고요에도 두께가 있다, 아주 두꺼운 고요가 이스트처럼
두루말이 화장지를 부풀린다
안개가 삼켰다가
확, 뱉아낸 한 장의 풍경 속으로
풀 먹인 이불 빨랫줄에 털어 널며
어머니들 돌아온다 중얼중얼 햇살 속에서
피라미 떼 투명한 알들이
튄다, 두루말이 화장지가 긴 물길 끌고 간다

 

 

 

 

송종규 시집 "녹슨 방", 민음사 2006


출처 : 수상가옥(시인 박윤배의 집)
글쓴이 : 김상무(主明)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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