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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캄캄한 울음 환한 폐가가 되었다 /강 해 림

롬복시인 2011. 1. 12. 00:43

 

 

  캄캄한 울음 환한 폐가가 되었다 /강 해 림


  명태는 슬픈 물고기다 지독한 가뭄과 폭설이 내지르는 외마디 비명이다 꽃피는 황무지다 죽어서도 대가리 꼿꼿 이 쳐들고 욱신거리는 몸, 얼음꽃이 피었다 싸리나무 꼬챙이에 꿰인 저 서름한 눈알들 비린내가 눈 덮인 겨울 소읍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대관령 덕장마을

  간빙기 지나 지각변동을 하느라 비쩍 마른 몸이 육도문자였구나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아도 좋을 살가죽이여 내면은 늘 모래바람이 불어와 고단하고 골백번도 더 뒤척이고 몸살을 앓느라 험악해지기도 했을

  백두대간 칼바람보다 오래 울고 캄캄한 울음 환한 폐가가 되었다가 만 필의 문장 돌고 돌았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얼었다 녹았다 까무러칠 때마다 성聖과 속俗,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던 몸, 북북 찢어질

  슬픈 지형도여



*시집 <환한 폐가>-자아와 존재의 탐색 (현대시 2006)

 

 

출처 : 수상가옥(시인 박윤배의 집)
글쓴이 : 김상무(主明)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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