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흥마을의 작은 찻집
사진:들샘님
인흥마을 종가인 죽헌종택에는 여느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작은 찻집이 있다. 그 곳에선 대문다방이라고들 하는데, 종택 대문을 지나 사랑채를 옆으로 하고 안채 중문으로 들어서면 중문과 연결된 고방(창고) 2칸을 보수하여 문 바로 옆은 개조해서 여섯 일곱은 앉을 수 있는 찻집으로, 그리고 그 옆은 작은 주방시설을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문을 모두 닫아두면 외관으로는 실제 고방같이 보여 종가집의 격식을 한 눈에 볼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그리고 중문간에는 양쪽 문을 활짝 열어 작은 테이블과 통나무 의자를 두어 쉽게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게끔 되어 있는데 주로 야생화가 피는 5월부터 찬 바람이 오기 시작하는 10월까지 사용하고 있다.
종가를 찾는 손님은 정말로 많고도 다양하다. 매화가 핀다는 소식에 천리길도 멀다않고 찾아오는 사진 작가분들, 한옥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과 선생님들, 전국을 답사다니는 열혈 답사 매니아들, 인근 관공서에서 여러 용무로 찾아오는 분, 마을 공사가 있을 때라면 굵은 흙먼지 묻혀오는 인부들...... 그들의 가쁜 숨을 잠사라도 고르시게 차라도 한잔 하사라면 멋쩍기가 이를 데 없다. 신발 벗고 사랑마루으로 올라가려니 가끔은 바깥양반이 없을 때도 있고, 그렇다고 안채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있는 대청마루로 오시라니 이도 불편하기는 매마찬가지 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의 한옥 문화도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집을 찾는 사람도, 그 목적도 자꾸 바뀌어 간다. 그래서 일까 답사 길에 찾은 우리 고택들을 보면 하나같이 사랑채가 그 역할을 잃어가는 것을 무수히 보았다. 아직 손때가 온전히 남아있는 안채와는 달리 사랑채는 먼지만 뽀얗게 쌓여 있다든지, 아니면 창고로도 쓰이고, 더러 보러 오는 이가 많으니 단지 보여주는 공간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를 많이 봤었다. 굳이 시대가 바뀌었다, 문화가 바뀌었다 하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그 안에 사람이 없다. 수 십 칸 되는 집에 어르신 내외가 전부인 경우가 많으니, 세상의 변화무상함을 어찌 한옥인들 피해갈 수 있으랴?
종택에 대문다방이 개업한 이후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업하기 전이 머쓱함과 짧은 용무만 보는 시간이 이었다면, 지금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여유와 인생사, 세상사가 오고가는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처음 보수를 시작할 때 극구 반대하던 사람도 인제는 그 공간이 주는 여유와 넉넉함에 오히려 멋쩍어 하면서도 다시금 조금 보수하여 대들보의 곡선과 창을 내어 볕을 들어오게 하려니 다시 극구 반대를 한다 모든 것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며…….
사진:사각이님
지금 죽헌종택의 대문은 지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는 곳이다. 그리고 그 예전 곡식이 쌓였던 고방에는 지금은 사람과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김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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