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문학제1 시룻번 시룻번 임 윤 교 그날은 바람이 몹시 불었다. 마당을 훑은 바람이 마루에 흙먼지를 잔뜩 실어 날랐다. 내가 시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마루를 설렁설렁 훔치는 일밖에 없었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온 후, 온갖 게 낯설어 손을 댈 엄두를 못 냈다. 어머님이 불린 쌀을 가지고 방앗간에 가신다고 해도 대신 가겠단 말을 하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 보는 게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번듯한 집을 지어서 귀농한 것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의 물음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조차 싫었다. 나도 모르게 성격 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 갔다. 쌀을 빻아 오신 어머님은 백설기를 만들자고 하셨다. 며느리가 떡을 좋아한다고 어머님이 수고를 자청한 셈이 됐다. 나는 방앗간에서 떡을 맞춰 오시겠거니 했는데 굳이 쌀가루만 빻아온 의도를.. 2023. 7.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