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명시집10 환승換乘입니다 환승換乘입니다 그날 저녁, 마트에서 조개들을 만났다 사각 비닐 팩에 꽁꽁 얼려져 있었다 내란 음모에 가담도 못해보고 잡힌 유민流民의 형틀 같았다 껍질이 없으니 나와 동족인지 알 수 없지만, 벗은 아픔일까 맨살에서 스며나온 점액질에 나는 발 묶였다 우마牛馬의 수레를 타고 온 .. 2014. 12. 14. 아! 코모도 아! 코모도 1. 라부한 롬복Labuhan Lombok 아스팔트 위를 떠다니는 슬리퍼 한 짝 이곳 적도의 길목에선 흔한 일 이번엔 모른 척하자 출발 알리는 고동소리가 길게 세 번 울렸다 지금부터는 인도양 조각보처럼 떠다니는 비닐봉지 사이 솟아오른 구름 기둥 부풀어 부풀어 마호가니 숲인 양 제 속.. 2014. 12. 14. 여백이 많은 시집 여백이 많은 시집 사실 이랬다 바다를 건너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100킬로그램 상자 하나를 채우는 일 내내 망설였다 밥 해먹을 냄비 한 두 개쯤 빼고 그 자리 시집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살만 하리라 생각했지 하지만 바닷새는 달랐다 여기서 저기서 .. 2014. 12. 14. 소나무 이민사移民史 소나무 이민사移民史 카플레스 수영장, 반듯하게 꾸며진 정원 한 가운데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이십 년도 넘어 보인다 합장한 듯 서 있는 모습이 측백 같기도 속내를 가만 들여다보면 소나무가 맞다 하여간 나와 같은 북방계 어찌하여 남중국해 건너 이곳 적도 아래 작은 섬에 뿌리 내렸.. 2014. 12. 1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