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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끌리는 시와 글 모음

말씀/송재학

by 롬복시인 2009. 2. 23.

말씀/송재학

 

적멸보궁 뜨락의 엘리지군락은

텅빈 곳을 채우는 비의 말씀을 잘 담았습니다

엘레지와 얼레지사이가 빼곡했기에

여섯 겹꽃잎은

적멸보궁의 낙수받이 노릇을 잘 견딥니다

몇 년 후, 봄의 적멸보궁 앞

용맹 정진하는 작은 꽃무리를 만났습니다

角과 숨을 깍은

제비꽃은 차마 햇빛을 떠받치지 못하지만

꽃 울타리 안에 고이는 말씀을 담으니

그게 죄다 도로 제비꽃입니다

꽃들의 떨림을 다 합치면 적멸입니다

적멸을 다 합치면 꽃이기도 하나요

부처가 없다는 적멸은 때로

무엇이나 부처로 만드는가 봅니다

혹, 처음부터 당신이 부처였던가요

누구나

적멸로부터 시작했다는 말씀의 결가부좌

거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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