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송재학
적멸보궁 뜨락의 엘리지군락은
텅빈 곳을 채우는 비의 말씀을 잘 담았습니다
엘레지와 얼레지사이가 빼곡했기에
여섯 겹꽃잎은
적멸보궁의 낙수받이 노릇을 잘 견딥니다
몇 년 후, 봄의 적멸보궁 앞
용맹 정진하는 작은 꽃무리를 만났습니다
角과 숨을 깍은
제비꽃은 차마 햇빛을 떠받치지 못하지만
꽃 울타리 안에 고이는 말씀을 담으니
그게 죄다 도로 제비꽃입니다
꽃들의 떨림을 다 합치면 적멸입니다
적멸을 다 합치면 꽃이기도 하나요
부처가 없다는 적멸은 때로
무엇이나 부처로 만드는가 봅니다
혹, 처음부터 당신이 부처였던가요
누구나
적멸로부터 시작했다는 말씀의 결가부좌
거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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