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손가락의 시詩 / 진은영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 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문학과 지성사,2004)
사족) 수상가옥에서....강동희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죠.... 콩나물시루에...물을 부으면,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아도.... 콩나물은 살이 오르고 자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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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수상가옥(시인 박윤배의 집)
글쓴이 : 김주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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