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산다는 것, 끊임없이 이별을 넘어서는 일 아닐까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헤어지면서,
심지어 수많은 자기 자신의 페르소나와 만났다 헤어지면서 삶은 이어집니다.
멀리 보면 그런 이별들이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이겠지요.
김주명 시인의 <인도네시아>,
그 끝에 ‘그래도, 기다릴 이별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댓글을 답니다.
이별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 소중한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일 테니까요.
그는 헤어짐과 만남이 다른 말이 아님을 아는 사람일 테니까요.
인도네시아 / 김주명
인도, 생활은 어떠냐고 선배의 안부 메일이 왔다
인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입니다 라고 답장을 쓰는데 문득
인도를 발견하고서 축배를 든 크리스토프 콜럼버스
인도산 향료를 이보다 앞서 부지런히 실어 나른 네덜란드 상인
인도는 늘 그들 등 뒤에 있는 사랑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인도에 네시아가 더해진들 어떠랴
혹 인도에서 왔다는 수로 왕비도
내가 당신을 알기 전
날생 주름 한 점 없는 저 인도양을 건넜을 것
먼 바다 사랑 찾아 떠난 그녀의 편도 여정
덩달아 길 나선 인도산 칸나의 이별도 붉어
툭툭 더 붉게 바다를 물들였겠고
그랬다
큰 바다를 단 한 번 건너는 것으로 더 이상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
그랬는데 이별은 슈베르트의 숭어가 되어
바다에서 내 몸으로, 몸에서 정수리로 다시
검붉은 바다로 들락거리는 놈이 되어버렸다
어떤 때는 오호츠크의 북쪽 기단을 몰고 오기도
나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 산다
그 섬을
안고 있는 검은 모래에 한 발, 두 발 빠져
숭어를 만질 수도 칸나를 잡을 수도, 있는 건
이별을 기다리며 사는 것
이별을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참 잔인한 형벌이다
2015년 1월 15일...'데일리인도네시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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