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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끌리는 시와 글 모음

[스크랩] 배꽃/권분자

by 롬복시인 2013. 2. 1.

    배꽃

                                권분자

 

늙은 배나무는

상처 덧난 새의 위장

명치 끝 소화되지 못한 옹이에

흰 봉오리 매달고 있다


짓무른 발 바위까지 뚫으려는

번식의 욕구가 꽃을 피운 걸까


시든 몸이 오래 삭힌 종이 내밀듯

달팽이관 되짚어 가지 끝에 거는

귓불의 무게가 가볍다


오래된 나무가 먼데까지 귀 기울여

내려놓는 꽃잎

발끝까지의 거리가

깊다

 

<원본임>이조년 백일장 대상 수상작

출처 : 대구詩창작원 <수상가옥>(시인 박윤배의 집)
글쓴이 : 겨울판화(박윤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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