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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시

[스크랩] 인도네시아 편

by 롬복시인 2015. 3. 28.

 

    

 

햇살부조浮彫

 

김주명

 

 

스무 평도 채 안 되는 작은 집에다

두어 평 테라스를 더 놓았다

부레옥잠 저수지를 경계로

마호가니와 키도 가끔 재고

별 따라 길나선 동방박사도 쉽게 찾아오게끔

늘 등을 밝힌 어느 밤,

무수한 나방이 몰려와 제 생을 떨어뜨리고 만다

마치 페루 해변의 바닷새처럼

호주 해안을 들썩거린 고래 떼처럼

축 처진 동공이나 절도 있는 군무는 없었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

온 힘을 다해 펄럭이다 이내 툭툭!

두어 번 더 뒤척이는 게 끝이다

다음은 닭들의 몫

미명을 알리는 울음도 잊은 채 널브러진

생을 주워 담고서는

다른 주검을 찾아 후드득

남국의 새벽 별자리만 남겨둔 채 날아가 버렸다

나는 간섭하지 않았다

헝클어진 별자리들 따라다니며

지우고 또 지우기

침 햇

순서대로 들어와 털썩

마주 앉도록

 

 김주명 경북 청도 출생. 시집 인도네시아. 2010년 평사리문학 대상 수상.

롬복 한국문화원을 통해 해외 문화교류 사업.

 

 

 

 

 

오후 3시의 공원

 

사공 경

 

 

 

엄마가

깊고 따뜻한 숨으로

비눗방울을

만든다

 

아이는

무지개가 되어

허공을 날고

꼭대기까지 날고

 

오후 3시의 공원에서

반짝,

밥숟가락처럼

빈손에 담기는

 

엄마의 동냥통에

내려앉는 비눗방울

이내 꺼지는

무지개

 

 

사공 경 1999순수문학으로 등단. 한민족통일문예제전 민통의장상 수상.

저서 자카르타 박물관 노트. 한국문인협회인도네시아지부 지부장

·인니문화연구원장.

 

 

 

 

 

 

기다림

 

이 동 균

 

 

 

당신을 마냥 기다렸지요

새파란 마음이 까만 흙을 왕관처럼 쓰고 올라올 때면,

나는 물끄러미 진달래꽃 정원을 바라보곤 했지요.

 

당신을 그리워하며 기다렸지요

한여름 폭풍우가 늠름한 사나이로 다가올 때면,

흠뻑 비에 젖은 모습으로 내게 불쑥 오시려나 하고

창문 너머 작은 바람 소리에도

나의 붉은 불가사리 촉수가 번뜩거렸지요.

 

기다림은 지쳐 고즈넉한 황혼에 기울여서

마지막 한 떨기 노란 잎이 나의 눈가에 매달려 팔랑거릴 때까지,

어느덧,

차디찬 하얀 눈이

나의 앙상한 뼛속을 온통 휘감을 때까지,

 

당신의 영롱한 말,

그 떨리는 목소리를 기억하며

나는 오래오래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기다림은 설레고 새로운 희망,

구름을 타고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강을 건너

 

당신은 언제쯤,

캄캄한 내 눈앞에 다가서서

밝은 미소를 머금고 다소곳이 나를 부르시려나.

 

이동균 2013년 수필로 등단. ·인니문화연구원인도네시아이야기공모전대상 수상.

현재 ()둘석 인도네시아 대표이사.

 

 

 

롬복에서

   이태복

 

린자니 자락 따라

신의 은총 흐르고

펼쳐진 꽃들은 교태스런 치마

오색 물들인 신부의 섬에

바다는

영롱한 진주로 수를 놓습니다

이름 모를 새들 아침이면 찾아와

늘 푸른 이야기 떨구면

이방의 섬 시인

롬복 이야기로 엮어갑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훔치다

사랑에 빠졌습니다.

당신은 사랑도둑,

나도 당신의 사랑을

사랑합니다

 

이태복 한·인니문화연구원인도네시아이야기공모전 수상.

한인 라디오 방송 이태복과 함께하는 인니 이야기시나리오작가 및 진행.

 

 

행담도行淡島

 

 

최장오

 

 

매산리 개펄에서

능쟁이 앞장세워 바닷길 내던 백중사리

어스름 샘물 찾아 떠나고,

맷돌포 어선에 매달려 소풍 다니던

바지락이 자갈밭으로 널려있던 섬

갯고랑이 깊어 짱뚱어도 뒤뚱대던 선착장 뒤

평택항 불빛에 가려 작은 소나무가 울던 그 섬

 

해무에 쌓인

무지개가 무겁게 걸려있다

바지락, 능쟁이, 황발이, 숭어

섬을 등진 채 서해안 고속도로로 질주하고

행담도엔 바지락 대신 먼 나라 바다 생물들이

속속 도착한다

 

갯내음 밀고 당기던 갯바위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 껍데기 내려놓고

서해안 고속도로 헤드라이트에 숨어 있다

섬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충청남도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

서해대교 뿌리가 깊게 박힌 섬

최장오 충남 당진 출생.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수상.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회원

 

 

 

 

 

야자나무

 

한경순

 

 

벌거벗고 있어 수줍다

대낮에 젖통을 훤히 드러내고

가로수 허리춤에 걸터앉은 여인

풀벌레의 노래가 낭만이다

 

펄럭이는 야자 잎 좌우로 부채질하며

황금빛 누런 자태

적도의 여신

 

모르는 체 하려는데 어찌 그리 설레는지

하나도 아닌 둘 이상

영글어 터질 듯한

훌러덩 벗은 뽀얀 가슴

담장 넘어 사내아이 꼬물꼬물 꿈틀거리네

 

 

한경순 인천 출생. 2014년 인도네시아 인터넷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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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연혁>

 

재인도네시아 한인문인협회 연혁

 

 

 

2001년 재인도네시아한국문인협회 창단(초대회장 김명지)

2001년 제1회 한국 청소년 백일장

2002년 제2회 한국 청소년 백일장

 

~ 2004년 시창작 교실(최준 시인)

 

2006년 작은 시낭송회(3)

13월 테마가 있는 작은 시 낭송회

25월 테마가 있는 작은 시 낭송회

39월 테마가 있는 작은 시 콘서트

 

20101월 문협재결성 (2대 회장 한상재)

3월 운영규정 제정

5월 시낭송회 문학과 음악으로 만나는 고향개최

11월 시낭송회 가을 우체국개최

 

201111월 시화전 개최 : 한인문예총종합예술제 행사 참여

 

20123아름다운 나눔행사에 시화액자 출품,

불우이웃돕기 및 장학금 전달에 동참

 

20131월 정기총회에서 임원 개편 (신임회장 사공 경)

11문학과 사람, 사람들시낭송회, 시화전, 출판기념회

2014년 한, 인니 70년사 편찬사업 문협회원작가 다수참여(진행중)

인도네시아 한인문예총행사 전야제 시화전, 시낭송회 개최

문학과 사람21,000부 발간

찾아가는 문학행사 이 아름다운 만남

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까지 (동부자바 수라바야에서 문학행사)

수라바야 브로모 문학기행 (초청시인 및 문협회원 참여)

인도네시아 우이대학교 초청시인 강연

자카르타 코리아센타 (초청시인과 인니문협회원 간담회 개최)

 

 

 

 

출처 : 시와 경계
글쓴이 : 최광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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