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송kosong
이제까지
있다 없으면 이곳에선 ‘꼬송’이라 한다
사실, 꼬송은 비었다는 뜻이다
비어있다는 공空의 철학이 바다 건너 먼저 왔을 수도
내 주머니도 텅 빌 때가 많으니
꼬송이 맞겠다, 그럼
채워지기 전까지도 꼬송이 될 수 있겠네
그렇다면 나는
갑자기 정전이 된 오늘 밤처럼
당신과의 느닷없는 이별을
텅 빈 기다림
‘꼬송’이라 부르기로 하겠다
*꼬송kosong 인도네시아어
어떤 번제燔祭
사랑에도 쓸모의 한계가 있다는 걸
비닐봉지를 줍다가
알게 되었다
계 속 다 내주고 빈 껍질로 유랑하던
깃털만큼 가벼워져서
보란 듯이 쉬 날아오르며
마지막 날이라 부르는 순간
하나, 하나에 허리 숙이며
이것이 마지막 보내는 자를 향한
예禮
그리고서 태운다
태워 보내지 않고서는
늘 내 주위를 서서이겠지
타다닥! 더 뜨겁게
붙잡을 수 없는 불길로
허공에다 길을 내는 것
오랜 미련을 뽑아내듯
주머니 속 달라붙은 꽁초까지
소각장의 불 속으로 던져둔다
사랑을 들이키다 울컥한 기억도
가볍게 날아간다
김주명_2012 인도네시아 롬복섬으로 이주. 2010 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 당선. 인도네시아한인문인협회, 형상시문학회 회원. 시집 『인도네시아』, 산문집 『롬복 이야기』
《문장 2018 여름호》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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