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有名稅)
대구의 문화유산을 몇 년 간 해설해 오면서, 그리고 홈페이지,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요즘은 조금의 유명세(?)를 치르곤 한다. 썩 기분 나쁘지 많은 않은 일들이라 여기면서도 한걸음, 한마디가 더욱 조심스러워 지는 게 다 이 유명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서 혼자서만 씩 웃곤 한다.
어느 오후, 지인과 이야기 나누다 함께 한 분을 내게 인사시켜 주셨다.
“아! 해설사님, 이름은 많이 보았어요 인터넷에서!
“네, 감사합니다. 우리문화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잠시 머뭇거리다)
“그런데, 제가 아직 쓰신 글은 아직 하나도 안 읽어 봤어요.......”
“네에?”
차라리 ‘감사합니다.’ 하기 전에 붙여서 말을 할 것이지, 이젠 어디에다 감사해야 하나! 엉겁결에 빨리 수습이라도 해야 하겠기에, 그러면서도 구긴 자존심은 좀 살려야 되겠고 해서,
“그러면, 천천히 읽어 보세요. 그리고 이것도 좀 읽어 보세요. 제가 쓴 글인데, 남들이 좀 어렵다네요 이해하기가. 이해되면 하산 하셔도 무방할 겁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직접 쓴 선생님은 왜 하산 안하시고 이러시고 계셔요?”
“네에???”
채 2분도 안 되는 대화가 며칠째 나를 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있다는 것, 존재, 그것이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과연 나는 그것이 있다고 자신 할 수 있을까? 또 내가 만든 그 절대성 안에서 과연 나는 자유로울 수 있는지?
오늘, 늘 같이 작업하는 권선생과 함께 송현동 월곡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고 소장님과 인사도 나누었다. 옆에 있는 낙동서원으로 함께 가면서도 나는 계속 혼자말로 되새겨 본다.
‘네, 그 곳에 있기는 한데, 제가 아직 가 보질 못해서요......’
2008년 5월에
글: 김주명 사진: 대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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