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1.참회(慙悔)
혼자 갓바위를 오르다 보면
앞선 이, 뒷선 이의 얘기소리에 절로 끌려간다
귀는 입 같지 않아서 닫아 둘 수도 없고
한두 발 뒤로 처지면서 떨궈 내면 또,
따라붙는 이야기들
늘어 선 돌계단이 무슨 게시판에 댓글 쯤 되는지
초로의 등산객이 슬쩍 내게 걸어오는 말
갓바위 부처님이 소원 하나는 들어준 다카죠? 그거 다 거짓말입니더. 제가 삼십 년째 오는데, 사업도 망하고, ??도 떨어 묵고 ........ 그래도 자꾸 오다 보올 알아지데요
맞다며 거들수도 없고 해서 내가 나섰다
할머니는 어데서 오셨어예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대전? 먼데서 오셨네! 마카 사람이 병을 주고, 또 사람이 고치는 기라예. 그걸 삼십년이 지나 깨친 거라예. 사람이 부처라 안 캅니까. 사람이 약사불입니더
“인저 알았슈?”
씩 웃으며 지나치는데, 딱따구리 한 마리
오래 버틴 떡갈나무 겨드랑이에 매달려 구멍을 내고 있다
당신을 아프게 하면서
2. 귀의(歸依)
공양간으로 내려앉는 갓바위 비둘기
잿빛이 유난히 붉은, 혼인색인가?
산신각 공양미에 입질하기 시작한다
어쩌나 이 일을
산중山中 진수성찬珍羞盛饌
날지 못할 정도로 먹으면 어쩌나
만만치 않은 공양간 보살이 응징에 나선다
사방에 널린 작대기 하나 허공을 겨냥하자
처마로, 나무 위로 두어 칸씩 건너뛰는 비둘기
엎드려 소원하는 중생들 위로 찔끔,
똥 한번 흘리고는
어깨기운 부처님에게로 가버린다
3.소리공양(供養)
산山에 장맛비 내리기 시작하자
주변은 온통 소리잔치다
그 중 제일인 굴참, 오동나무에
소리 한 톨 흘려보내지 못하던
낮은 풀들도 가세한다
구구 산비둘기는 혼비백산
전에 없던 폭포도 생겨 이루는 장엄莊嚴
날개 젖은 박새 소리쯤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많은 소리들을 구름이 감추고 있었다니
가까이 갈수록 따라 붙는 구름떼
돌계단 끝이 맞닿은 곳, 머리를 부딪친다
다 뱉어내지 못한 내안의 소리가
석불의 모서리까지 적시는
최근 MBC에서 갓바위에 타큐멘트리를 제작 방영하였습니다.
해설사 부스도 생겼고..
안내자료도 제작중에 있다하니..
많은 변화들의 바람이 불어 옵니다.
졸시/김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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