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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시 모음

[스크랩] 팔공산의 높이가 궁금하다/송재학

by 롬복시인 2009. 9. 5.

팔공산의 높이가 궁금하다/송재학

 

 

 

팔공산이 숨겨둔 숱한 색깔들

어떤 색은 겨울 추위보다 더 은빛이어서

눈 속에서 튀어 솟구쳐 오를 듯한데

환한 빛과 함께 들어가야 열리는 꽃살문은

하늘에 닿은 나무의 무늬다

팔공산의 비밀은 너무 쉬워 비밀 아닌 듯해도

푸른빛을 수없이 갈라 논 그 섬세함은 비밀일 수밖에

팔공산이 내 몸을 통과하는지 내가 팔공산을 지나가는지

알지 못할 비밀에 잠기면 들어 온 곳의 산길은 금방 사라져

하루나 이틀 헤매어야 다시 돌아 갈 수 있으니

1200m 높이가 팔공산의 표고인줄 알지

아니다 맑은 날 비로봉의 숫자는 희망이 세운

또 다른 봉우리의 이름이다

병풍바위의 높이란

뭇 사내들의 이두박근이기도 하다

비로봉에서 시작하여

동남쪽으로 동봉과 염불봉과 인봉을 거쳐 관봉에 이르는

능선의 명암은 바로 사내의 육신을 눕힌 것

앙칼지게 엇갈리던 바람이 그대로 벼랑이 된 풍경도 보았다

여자들은 골짜기마다

손뼉 소리를 가득 채운다

깽깽이들이나 노루귀꽃조차 손작은 잎으로 손뼉을 친다

신령재 아래 활짝 펼쳐진 뒷산이

굽이굽이 치마폭으로 펼쳐진 것을 알고 있었으니

참억새 나래새 맑은 대쑥의

향기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겠니

이제 알겠니 누군가 팔공산에 가는 까닭을

그곳의 부처에게만 간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산을 더듬으며 사람들은

자기 이마에 고인 미열의 뜨거움을 휘저어 보는거지

오가는 사람 모두에게 제 높이만큼의

출처 : 대구문화관광해설사회
글쓴이 : 오래된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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