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역, 저쪽
황학주
정거장 대합실 파닥이며
되새가 들어왔다
산간에 눈이 내려
달빛이 산마루를 덧칠하며 원 없이 넘어올 때
탈탈 털고 대합실에 들어서는 사내가 발을 전다
오래 절룩거려온 나이는 먼 데 있는 정거장까지 알아볼 것이다
주위에 목마름이 심한 별들이 많다는 것은
그 증거이다
별 발자국이 눈밭에도 찍혀 있다
발자국의 뿌리는 사내의 키만큼 깊을 것이고
별의 뿌리는 별보다 더 먼 곳에서 요동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눈밭을 절며 걸어온 발로
걷기전의 성한 데를 건드려보는 것이다 반짝반짝,
하늘은 가지에 목이 걸린 홍매紅梅를 밤새 살리고 있었나보다
숨소리 돌아오며, 안색 밝아지는
산마루 앞 칸으로 옮겨 타려다 멈칫거리는 앳된 별
사내가 대합실 우윳빛 유리에 비치는 발자국을 지켜보고 있다
되새가 머리를 박으며 대합실을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되새는 부력이 좋은 봄기차로 가려는 것 같다
새벽밥 먹은 별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빈자리마다 덴 자국이 있었다
-----황학주 시집<노랑꼬리 연>, 서정시학 시인선 040
출처 : 시와시학시인회
글쓴이 : 김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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