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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인도네시아/시집 인도네시아 1부

인도네시아

by 롬복시인 2014. 12. 14.



인도네시아



인도, 생활은 어떠냐고 선배의 안부 메일이 왔다


인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입니다 라고 답장을 쓰는데 문득

인도를 발견하고서 축배를 든 크리스토프 콜럼버스

인도산 향료를 이보다 앞서 부지런히 실어 나른 네덜란드 상인


인도는 늘 그들 등 뒤에 있는 사랑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인도에 네시아가 더해진들 어떠랴

혹 인도에서 왔다는 수로 왕비도 

내가 당신을 알기 전

날생 주름 한 점 없는 저 인도양을 건넜을 것

먼 바다 사랑 찾아 떠난 그녀의 편도 여정

덩달아 길 나선 인도산 칸나의 이별도 붉어

툭툭 더 붉게 바다를 물들였겠고


그랬다

큰 바다를 단 한 번 건너는 것으로 더 이상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

그랬는데 이별은 슈베르트의 숭어가 되어

바다에서 내 몸으로, 몸에서 정수리로 다시

검붉은 바다로 들락거리는 놈이 되어버렸다


어떤 때는 오호츠크의 북쪽 기단을 몰고 오기도


나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 산다

그 섬을 

안고 있는 검은 모래에 한 발, 두 발 빠져 

숭어를 만질 수도 칸나를 잡을 수도, 있는 건 

이별을 기다리며 사는 것


이별을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참 잔인한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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