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돌이
언덕 위의 승방僧房이라는 보로부두르사원
온 생을 탑만 도는 말馬이 있다
차마고도 들락거렸을 법한 그들의 선조
어떤 연으로 단숨에 말라카 해협 건너
이 불화산으로 왔던가, 그래서
전생의 또 어떤 연으로
오로지 탑만 돌고 또 돌고 있는지
동방 유리광에서 시작된 선승禪僧의 길은
박물관에서 잠시 멈추기로 한 약속도 잊고
이미 서방정토를 지나고 있다
걷기 시작하면서
뛰기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풀지 않았을
대승大乘의 큰 수레, 멍에의 끈으로
시방세계十方世界 중생들 업고서
탑을 돌고 있는 것이다
적도의 긴 햇살만큼 콧숨 소리도
길다, 내가 먼저 내려야 하겠다는 자비심은
채찍 한 줄과 함께 허공을 맴돌 뿐
그는 벌써 백만 번째 탑을 돌고 있다
담배 한 개비로
보시布施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