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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인도네시아/시집 인도네시아 1부

탑돌이

by 롬복시인 2014. 12. 14.



탑돌이

 

 

언덕 위의 승방僧房이라는 보로부두르사원

온 생을 탑만 도는 말이 있다

 

차마고도 들락거렸을 법한 그들의 선조

어떤 연으로 단숨에 말라카 해협 건너

이 불화산으로 왔던가, 그래서

전생의 또 어떤 연으로

오로지 탑만 돌고 또 돌고 있는지

 

동방 유리광에서 시작된 선승禪僧의 길은

박물관에서 잠시 멈추기로 한 약속도 잊고

이미 서방정토를 지나고 있다

걷기 시작하면서

뛰기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풀지 않았을

대승大乘의 큰 수레, 멍에의 끈으로

 

시방세계十方世界 중생들 업고서

탑을 돌고 있는 것이다

 

적도의 긴 햇살만큼 콧숨 소리도

길다, 내가 먼저 내려야 하겠다는 자비심은

채찍 한 줄과 함께 허공을 맴돌 뿐

그는 벌써 백만 번째 탑을 돌고 있다

 

담배 한 개비로

보시布施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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