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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시 모음

파계사에서 생각이/ 이규리

by 롬복시인 2011. 2. 3.

 

파계사에서 생각이

 

 이규리

  

 

  기와불사, 기와불사 한 장 일만 원

  일만 원짜리 기와에 써 놓은 내 주소와 이름 위에

  제비 똥이 허옇게 앉아있다

 

  일만 원, 일만 원의 지붕을 이고 무량청정 그 법문을 들은

  적 있는지

  도량이 되자면

  귀부터 씻으라고 바라옵건대

  푸른 잎새와 종소리가 먼저 달려와 줄까

 

  유구한 문화유산 해설이 될 한 잎 기와,

  웃는 돼지가 상등품이라 돼지머리 삶을 때 양 입가를 당겨 고정하는 꼬챙이나

  등산길, 도토리나무를 사정없이 두들기는 저 막대기가

  나의 기와불사이다

 

  날렵한 지붕을 떠받치게 될 보시여, 취해버릴 만당이여

  만당은 무릇 무주공산이어서 공산은 또한 주인 잃은 만당이어서

 

  부끄러운 주소와 이름을 제비가 슬쩍 가려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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