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사에서 생각이
이규리
기와불사, 기와불사 한 장 일만 원
일만 원짜리 기와에 써 놓은 내 주소와 이름 위에
제비 똥이 허옇게 앉아있다
일만 원, 일만 원의 지붕을 이고 무량청정 그 법문을 들은
적 있는지
도량이 되자면
귀부터 씻으라고 바라옵건대
푸른 잎새와 종소리가 먼저 달려와 줄까
유구한 문화유산 해설이 될 한 잎 기와,
웃는 돼지가 상등품이라 돼지머리 삶을 때 양 입가를 당겨 고정하는 꼬챙이나
등산길, 도토리나무를 사정없이 두들기는 저 막대기가
나의 기와불사이다
날렵한 지붕을 떠받치게 될 보시여, 취해버릴 만당이여
만당은 무릇 무주공산이어서 공산은 또한 주인 잃은 만당이어서
부끄러운 주소와 이름을 제비가 슬쩍 가려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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