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換乘입니다
김주명
그날 저녁, 마트에서 조개들을 만났다 사각 비닐 팩에 꽁꽁 얼려져 있었다 내란 음모에 가담도 못해보고 잡힌 유민流民의 형틀 같았다 껍질이 없으니 나와 동족인지 알 수 없지만, 벗은 아픔일까 맨살에서 스며 나온 점액질에 나는 발 묶였다
우마牛馬의 수레를 타고 온 내게 버스는 6분후에 도착한다고 안내판이 일러 준다
바다로 가는 길은 졸음일까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열반에 든 석고 반죽처럼 꿈쩍도 없다 제법 익숙한 노래들을 안내방송이 연신 잘라 먹는다 점점이 어깨 벌어진 네온 간판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사라진다는 생각은 결코 녹아드는 졸음을 가두지 못했다
고개 떨어뜨릴 때 마다 마주보게 되는 얼굴,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바다는 침잠 된 삶의 끝에서 푸르렀다 종점이라고 여기가? 등 떠밀리 듯 내려선 여기는 칼바위 갯골, 손 뻗어 몰려드는 밀물이 내 몸의 손잡이를 잡고 첫발을 딛고 있다
심사위원: 오세영, 이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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