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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시

2010 하동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수상작 "환승입니다"

by 롬복시인 2011. 2. 4.

 

 

환승換乘입니다

 

 

김주명

 

 

그날 저녁, 마트에서 조개들을 만났다 사각 비닐 팩에 꽁꽁 얼려져 있었다 내란 음모에 가담도 못해보고 잡힌 유민流民의 형틀 같았다 껍질이 없으니 나와 동족인지 알 수 없지만, 벗은 아픔일까 맨살에서 스며 나온 점액질에 나는 발 묶였다

 

우마牛馬의 수레를 타고 온 내게 버스는 6분후에 도착한다고 안내판이 일러 준다

 

바다로 가는 길은 졸음일까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열반에 든 석고 반죽처럼 꿈쩍도 없다 제법 익숙한 노래들을 안내방송이 연신 잘라 먹는다 점점이 어깨 벌어진 네온 간판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사라진다는 생각은 결코 녹아드는 졸음을 가두지 못했다

 

고개 떨어뜨릴 때 마다 마주보게 되는 얼굴,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바다는 침잠 된 삶의 끝에서 푸르렀다 종점이라고 여기가? 등 떠밀리 듯 내려선 여기는 칼바위 갯골, 손 뻗어 몰려드는 밀물이 내 몸의 손잡이를 잡고 첫발을 딛고 있다

 

 

심사위원: 오세영, 이광석